Small Pencil 제목 있음
파일 (F)
도움말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희망은 사랑을 한다, 김복희
누군가 내 시집을 들고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고 했다

자신의 이름이 나이며, 자신의 시집이 나왔고
자신은 매우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한다고.
그 사람은 예의바르고, 친근하게 웃고, 차림새도 적당히 단정해서
불쾌한 사람 같지 않았다고.
무엇보다 종교도 없고 길에 쓰레기도 버리지 않고 목소리도 크지 않았다
만나본 적 없지만 그 사람이 좋아졌다
사람일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지 않을 곳만 골라 가서 나를 보여주는 놀라운 사람, 내가 사랑할 만한 사람에게 다가가 사랑을 나누는 사람,
수줍음에 지쳐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다
턱을 자주 괴는 습관이 있지만 또박또박 말하고
삽화를 이야기하고 삶을 이야기하진 않고, 또……
사과를 잘 깎는다 그 사람……
칼을 들고 사람들을 등지고 서 있으면
사람들이 무섭지 않을까
칼이 무섭지 않을까
자기 자신이 무섭지 않을까 무서워 견딜 수가 없어서
껍질을 만들고 만들던 건 누구의 기억이지,
손이라고 생각했지만 손이라고밖에 말 못할 다른 것일 수도 있지
그 사람이 손수 들고 다닌다는 내 시집이 궁금하다
나의 문제는 모든 것을 알고자 하면서 알 수 없다고 자신하는 것.
그 사람에게도 문제가 있을까 문제가 없는 것이 문제일까

내가 최근에 찍은 사진은 그 사람의 그림자가 내 곁으로 다가오는
것으로 나는 한쪽 눈을 약간 찡그리고 다른 생각에 빠져들 태세로,
나는 아주 나쁜 생각을 할 거야 생각만 할 거야
누구도 해치지 않을 자신이 있는 나쁜 생각만 할 거야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인지는 절대로 말 안 할 거야
신도 상상할 수 없어서, 벌을 받을 수도 없는 나쁜……


상상을 생각이라고 써버리고 말이야. 다짐도 생각이라고 하고 말이야. 나는 실수와 습관. 그런 것으로 만들어졌다. 이 말이야. 그 사람은 모를 거야. 이런
암시는 누가 거는 거지, 그런데
내 친구가 그 사람에게 술을 사면
가도 가지 않고 내가 그 사람을 대신하게 된다
혼자 주문을 해보겠다고 등을 돌리고
무엇을…… 외워 말하는데
내 사랑하고 가난한 친구가 그 사람을 알아차린다

yunicorn